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 마사 벡
가끔 우리는 사랑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택하는 사연도 종종 접하게 되고 말이야.
이렇듯 사랑이란 건 누구에겐 마냥 설레이고 아름다운 일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동반하기도 한다는 건데,
사랑이란 건 처음 시작할 당시 하얀 도화지같아서 그 위에 내가 어떤 색의 물감을 그려넣을까 고민하게 되지만
이내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가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색을 입히게 되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곧잘 찢어버리고 곧 새로운 도화지를 찾기도 하지.
또 사랑은 아주 작은 바람에도 곧 꺼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촛불과도 같아서
사랑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그 촛불이 꺼질까 전전긍긍하며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하잖아.
불은 꺼져도 심지는 그대로인데 말야.
사설이 좀 길었어.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아주 어리석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여성은 자신의 목숨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건 사랑을 했다는 것이 좀 특이해.
자, 이야기를 시작할께.
미국 미시건주 그랜드 래피트 시엔 사랑을 팔아 뭇 여성들의 등을 쳐 먹고 사는 좀벌레 같은 남성인
레이먼드 페르난데스라는 남성이 살고있었어.
이 남성의 직업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상습적으로 결혼을 미끼로 여성들을 꼬셔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시
돈을 빼돌리고 잠적하는 아주 순 악질 양아치였지.
이 남성이 여자를 꼬시는 방법은 당시 유행하던 신문광고를 통한 펜팔이었는데,
페르난데스가 신문에 아주 조그맣게 광고를 올리고 자신이 머물고 있는 거처의 주소를 올리면 여자들은 곧잘 편지를 하곤했던가봐.
나중에 다루게 될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도 이 신문광고의 펜팔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데
참, 예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일을 굳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었던거지.
무턱대고 아무나 의심하는 현재의 불신세상보다는 말야.
쨌든, 페르난데스는 광고를 내놓고 초조하게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던 1947년 봄의 어느 날, 페르난데스는 26세의 젋은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지.
[신문광고를 보고 펜을 들게 되었어요. 봄이 성큼 다가왔는데 저는 외롭네요.
당신의 편지를 받게 된다면 이 외로움이 조금은 가실까요?
아, 저에 소개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마사 벡이라고 하고 나이는 26살이며, 직업은 간호사에요.
당신은 사업을 조그맣게 하신다고 하셨죠?
그것도 마음에 들어요.
직장이라는 곳은 꽉 막힌 공간에 틀어박혀 하루종일을 지루한 시간과 싸움하는 것 외엔
달리 일이 없으니 말이죠..]
라고 시작한 편지엔 외로움이 담뿍 담겨있었어.
여자는 현재 자신의 삶이 지루해서 곧 미쳐버릴 지경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었지.
페르난데스의 입가엔 미소가 자리잡았지.
바로 자신이 찾던 '먹잇감' 으로 여자는 손색이 없었어.
페르난데스가 여자를 물색할 시 꼭!! 염두해두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돈과 여성의 외로움이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여자들치고 자신을 거부하는 사람 보지 못했고,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선으로 돈을 모아두었을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한 결과니까 말야.
혼자 사는 여성들은 .. 그래.. 통장잔고라도 늘려보자!! 라며 외로움을 달래곤 하잖아.
쨌든, 마사 벡은 페르난데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지.
간호사로 일하는 마사 벡은 병원의 일을 상당히 지루해했어.
우리가 생각하는 간호사의 기본 덕목은 나이팅게일의 희생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게 흔하지만,
간호사도 하나의 직업이고 돈을 목적으로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자신이 하는 일에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사 벡을 난 충분히 이해해.
나 역시도 세상과 타협해서 꿈을 미루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서 근근히 먹고 사는 직장인이니 말야.
하지만 마사는 간호사로 일하고 받는 자신의 월급을 옷을 사거나 먹는 것을 사는데 모두 소비해버려 저금도 없었고
미국인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
미래에 대한 목표의식이나 꿈을 위한 투자라는 건 그녀와 아주 거리가 멀었지.
그녀는 자신의 지루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일이 언제든 자신에게 일어났으면 하고 매일 기도하며 살았지.
그래도 그녀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루함의 연속이었어.
그러던 그녀에게 따분한 시간을 떼우기 위해 집어든 신문광고가 눈에 들어왔어.
[외로운 타지에서 사업을 하는 건강한 남자입니다. 저와 친구로 펜팔을 원하시거나 혹은
외로움을 같이 나눌 여자분을 기다립니다. ]
라는 신문광고가 눈에 띄었고, 그녀는 그 길로 종이에 주소를 옮겨 적었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15분의 길이 이렇게 설레여보기는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그녀에게선 콧노래가 절로 나왔지. 발걸음도 가벼웠어.
'편지엔 뭐라고 쓰면 좋을까?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는다면 그는 내게 답장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
어떻게 나에 대해 표현해야하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수 없이 쏟아부으며 그녀는 빈민촌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어.
불과 10분 만에 그녀는 편지를 곱게 접어 우체국으로 향했어.
며칠이 흘렀어.
처음 첫 날은 설레임에 연속이었어.
그가 편지를 잃었을까? 나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내 필체나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나보다 더 멋진 여성이 사진까지 첨부해서 그에게 편지를 하진 않았을까?
난, 어쩌면 한발 늦은 것은 아닐까?
모든 질문이 그녀를 행복하게 했어.
그리고 나흘이 되던 날.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집 빨간 우체통을 큰 마음 먹고 열어보자 마음 먹었어.
그리고 우체통 안엔 노란색 봉투가 놓여있었어.
봉투 뒷면엔 이렇게 적혀있었어.
'친애하는 마사.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실로 사귀고 싶은 여성을 찾고 있습니다.'
마사는 당장에 답장을 했어.
'당신의 뜻에 따르겠어요.'
그리고 또 나흘 뒤, 마사는 또 답장을 받았어.
이번 편지엔 구구절절 말이 많았어.
지난 번처럼 조금은 냉랭한 편지가 아닌 정말 사랑을 담은 듯한 편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어.
편지안엔 온갖 사랑의 찬사가 난무하고 있었고,
그는 그녀를 상상하며 그녀의 이름을 되뇌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고 적었지.
그녀는 뛸 듯 기뻤어.
그리고 몇 번의 편지가 더 오갔어.
마지막 페르난데스의 편지엔 단도직입적인 청혼이 적혀있었어.
[ 당신을 본 적은 없지만 난 알고 있습니다. 내 마음을 단지 이름만으로 글만으로 이렇게 설레이게 했던 여성은
단언컨데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분명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며, 특히 내면의 미를 더욱 중요시하는
남자를 사랑할 줄 아는 여성이라는 것을 난 압니다. 우리의 만남에 있어 이것보다 더 값진 믿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난, 내가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남자이길 원합니다. 그래야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이 받아들여줄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난, 당신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대답은 당신을 만나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듣겠습니다. ]
마사는 뛸 듯이 기뻤어.
그녀는 이미 몇 차례 편지가 오가는 동안 이미 얼굴도 모르는 페르난데스에게 푹 빠져있었거든.
하루 종일 그에 관한 상상뿐이고 몇번이고 그가 보낸 편지를 되풀이해 읽었고,
페르난데스의 답장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조바심이 나던 차였어.
하지만 그녀는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어.
나이는 어렸던 마사였지만 무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 경력이 있었고,
더구나 모든 이혼은 남자들에게 일방적인 요구였기 때문이야.
이혼을 강요받은 이유? 그녀는 놀랄 정도로 뚱뚱했기 때문. 이 이유라고 해.
그녀는 당시도 9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 였다고 표기되어있어.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청혼을 받은 마사.
하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그동안 남자들에게 버림을 받은 건 비록 빌어멀을 몸뚱아리 때문이었지만,
그녀가 끝끝내 이혼을 받아들인 건 그녀 자신이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지금 이 신사처럼 밑도 끝도 없는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정짓고는 그를 만나기로 결심해.
서로 마음을 먹고나니 일은 빠르게 진행되어갔어.
이미 페르난데스에게 마음이 빼앗긴 사랑에 굶주린 마사와 마사를 꼬셔야하는 명백한 이유가 있는 페르난데스.
둘은 서로 각자 다른 이유로 인해 만남을 미룰 이유가 없었지.
마사는 이미 페르난데스가 [ 라틴계의 금발 청년 ] 이라는 것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는데
(몇시간 뒤 그 남자의 금발은 가발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말야.)
마사는 페르난데스가 자신이 상상한 그대로인 것에 너무나 만족했고, 첫 눈에 더 깊은 사랑에 빠져들었지.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안타깝게도 그 반대였어.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여리여리하고 조숙한 여자를 생각했던 그는 거구에 걸걸한 그녀를 마주하자
등 뒤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로 당황했어.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돈줄이었어. 그간 공을 들인 시간도 있고,
페르난데스는 이를 악물었고 처음 계획대로 그녀에게 감미로운 말들로 그녀를 현혹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둘은 식사를 하게 돼.
이미 페르난데스에게 흠뻑 빠진 마사를 꼬시기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어.
페르난데스는 여자들에게 돈을 뜯는 사기꾼이었지만,
여자들의 몸을 함부로 취하는 나쁜놈은 아니었어.
그런데 페르난데스는 앞에 앉은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의 풍만한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자신을 알아차렸지.
그리고 한번도 경로를 이탈한 적 없는 자신의 범행방법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어.
'이 여자는 이미 내게 빠질대로 빠졌다. 어차피 결혼할 것도 아니고..
적당히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정부로 데리고 농락하다 지겨워지면 예전대로 도망을 가버리면 그만이야.
어차피 손해볼 일은 아니니 말야.'
페르난데스가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을 즈음 마사도 자신의 계획에 대해 계산하고 있었어.
그녀가 남자를 영- 모르는 여자였다면 몰랐을까.
그녀는 이미 남자에 대해, 그리고 남자와의 사랑을 나누는 행위에 굶주릴대로 굶주린 상황이었어.
더구나 마사는 욕정이 들끓는 여자였거든.
그녀는 페르난데스와 의미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내내
뜨거운 입김과, 감미로운 키스, 남자와 여자가 뒤엉켜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행위에 대해 상상하고 있었지.
나중에 체포가 된 뒤 심문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인데 그녀는 성행위를 상당히 즐기는,
그러니까 꽤나 밝히는 여자였어.
둘은 오랜시간을 레스토랑에서 보내고 있었으므로 웨이터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어.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둘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왔지.
벌써 해는 저물어 사방은 캄캄했고 짙은 안개가 가득 드리워진 거리로 가는 비마저 내리는 한적한 거리였어.
미시건주는 워낙에 불규칙하게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라 신사인 척 해야하는 페르난데스는 이미 준비한 우산을
펼쳐 신사인 척하며 마사에게 우산을 씌워주었지.
마사는 못이기는 척 페르난데스 옆으로 자신의 몸을 바짝 밀착시키며 페르난데스에게 팔짱을 꼈어.
이에 페르난데스의 팔꿈치가 그녀의 가슴 언저리를 쿡쿡 찌르게 되니,
이미 모든 상황을 상상하고 있던 마사로써는 용광로같은 욕정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얼굴이 조금 붉어졌어.
이를 눈치챈 페르난데스는 마사의 집이 가까이 다가오자 조바심이 났어.
이대로 그녀를 그냥 돌려보내야하는가.
그냥 이대로 보냈다가 마사의 마음이 식어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밀어부치쳐서 일을 망치기라도 한다면?
끊임없는 질문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페르난데스였지.
그런데 입을 뗀 건 마사였어.
"비도 오고, 날도 많이 추운데.. 다 못한 이야기는 저희 집으로 가서 몸을 녹이고 차를 마시며 하는 건 어떨까요?"
페르난데스는 살풋 웃었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기꺼이."
둘의 수다는 과하지않게 흘렀고 시간은 이미 10시를 넘기고있었어.
페르난데스는 이제 액션을 취해야할 때임을 직감적으로 알았지.
"아이쿠,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군요. 실례인 줄도 모르고.
차 잘 마셨습니다. 다음에 또 초대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응하겠습니다."
"어머,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뇨. 괜찮습니다."
페르난데스가 포옹하며 볼에 가볍게 작별 키스를 하려하자 마사는 고개를 돌려 실수인 것처럼 입술을 맞닿게 했지.
와우, 둘의 욕정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불이 붙는 순간이었어.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침없는 키스를 했지.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마사의 마음을 좀 더 애간장을 녹일 계획이었어.
그녀에게서 어렵게 입술을 떼며 "죄송합니다." 라며 그곳을 벗어나려했지만,
마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어.
지금 그를 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페르난데스를 자신의 침실로 이끌었고,
굳이 사양할 이유없는 페르난데스 역시 못이기는 척 그녀의 손에 이끌려 욕정을 불살랐어.
그들의 거침없는 욕정은 날이 새도록 지속되었다고 해.
하지만 그날로 족했다면 글쎄 어떻게 되었을까?
페르난데스의 계획대로 그녀는 페르난데스에게 돈만 빼앗긴 가련한 사연의 주인공이 되었을텐데..
마사는 다음 날이 되도 그를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했어.
아침도 침대에서, 점심도 침대에서, 저녁도 침대에서..
하물며 페르난데스의 면도조차 침대에서 이루어졌어.
그녀 또한 출근조차 하지 않고 그의 옆에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었지.
그녀는 페르난데스를 '사랑스러운 아가' 라고 불렀고 그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헌신을 다해 들어줬어.
페르난데스는 만족했다고 해.
그녀는 그를 우상처럼 떠받들어 준 유일한 여성이었으니 말야.
하지만 그런 마사도 절대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섹스' 였어. 그녀는 이미 욕정의 포로가 되어 자신이 원할 땐 언제고 페르난데스를 주도했어.
그녀는 섹스에 대해서는 광적이었다고 해.
여러 날이 지나면서 페르난데스는 조금 깨우치기 시작했어.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그림자처럼 옆에 붙어있길 원했고,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말했으며,
입 안에 혀처럼 자신이 무엇을 원한다 말하기도 전에 이미 해주고 있었지만,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 그들이 한 것이라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씻고, 섹스하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
점점 환멸을 느낀 페르난데스는 그녀를 떠나는 시간을 앞당기기로 마음먹고
그녀의 잔고를 확인하지.
세상에.... 그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거지나 다름없었어.
집이 빈민촌에 위치해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했다고 자신을 책망해봐도 이미 늦을 걸 어떻게 해.
그는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헤어짐을 이야기 했어.
"마사.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마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어.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침대 위에서 격렬한 사랑을 나눈 그가 힘겹게 꺼낸 이야기가 이별이라니.
마사는 하늘이 두쪽이 나는 것 같았다고 해.
"그럴 순 없어!! 절대!! 난 당신을 포기할 수 없어!!
내가 무얼 고쳐야해? 내게 원하는게 뭐야. 난 절대로 당신을 포기할 수 없어요!! 내가 다 고칠게요."
둘의 대화는 벌써 두 시간을 지나고 있었어.
마사는 단 한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같은 말만 반복했어.
페르난데스는 최후의 카드를 내놓았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 먹었지.
"마사, 잘 들어. 이 이야기를 듣고 날 환멸해도 돼. 내가 비열하다고 욕하고 날 지금 당장 거리로 내쫓아도
난 할 말이 없어. 하지만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꼭 당신에게 내 정체를 밝혀야겠어.
난, 실은 여지껏 모든 여자들에게 결혼에 대한 사기를 치던 사기꾼이야.
전국을 돌면서 여자들에게 환심을 사고 결혼을 하기로 한 뒤 돈을 들고 줄행랑을 쳤어.
난, 그런 나쁜 놈이야. 미안해. 당신에게 실망을 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난 당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순 없어 이렇게 고해성사하게 된거야.
날 이해하진 마. 그냥 이 자리에서 날 버려."
이 말을 들은 사랑에 버림받은 여자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약 나였다면 그대로 남자를 옭아맨 뒤 경찰에 신고를 했을지도 모르고,
정말 사랑했기에 그 남자를 보내주는 것으로 끝을 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남자에게 갖은 욕설을 퍼붓고 분이 풀릴 때까지 불꽃 싸다귀를 때린 뒤
두 번 다시 내 앞엔 얼씬도 말라며 쫓아냈을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여성들의 반응은 위에 몇가지 중 하나일 듯 싶어.
그런데 마사 벡은 달랐어.
그녀는 울음을 뚝 그치고 자신의 얼굴에 범벅이 된 눈물을 닦았어.
그리고 큰 숨을 들이마시고 페르난데스를 향해 미소지었으며 말했어.
"오- 페르난데스. 그동안 내게 미안해서 그렇게 중간중간 쓸쓸한 표정을 지은거에요?
그렇다면 괜찮아요. 난 당신을 이해해요."
예기치 않은 반응에 적잖게 놀란 페르난데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고 멍- 한 표정으로
마사를 바라보는 사이 마사는 몸을 고쳐 앉으며 말을 이어갔어.
"지금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요. 난 이제 잘 다니던 병원도 때려치우고
당신과 사랑을 나누느라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잔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죠.
자, 페르난데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돈'이에요.
그리고 서로의 사랑이죠. 난 당신을 내 목숨과도 맞바꿀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당신 또한 날 사랑하기에 이렇게 내게 고해성사를 한거잖아요?
그럼 이렇게 하기로 해요. 난, 당신을 돕겠어요.
난,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지지하고 응원해요.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페르난데스는 마사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어.
자신을 도둑놈취급하며 꺼지라고 말할 줄 알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이야기했는데
차분하게 뱉은 말은 참으로 놀라웠지.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어.
"여자를 그냥 버리는 것은 싱거워. 자칫 잘못하면 여자가 신고를 할 수도 있고.
그럼 당신은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어요.
앞으로 우리에게 이용당한 여자는 꼭, 죽여야해요."
페르난데스는 마사의 말에 동의했고 그 둘의 엽기적인 범행은 시작되었어.
그 엽기적인 동행은 2년이나 지속되었고 피해자는 약 20여명에 이른다고 해.
그 둘의 범행방법은 다음과 같아.
일단 페르난데스는 독신의 젊은 사업가로 위장하고 마사를 만났던 방법과 같이 신문에 광고를 작게 내지.
절대 호화롭거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내지 않았어.
아주 작게 어쩌다 눈에 띄일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마사는 페르난데스의 비서인 척하며 여자들의 인적사항을 조사했지.
그들의 사냥감이 된 여자들의 특징은 모두 혼자 사는 여자로 타겟을 정하고,
외로움으로 고립되어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범행했기에 그렇게 오랜시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거야.
페르난데스가 여성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꼬시게 되면 마사는 여자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재산등을 파악한 다음
페르난데스와 결혼하기를 도와주는 척하며 친구이기를 자청했어.
그런 뒤 여자가 지참금을 넘기는 날 셋이 조촐하게 저녁을 먹으며 먼저 일어나 돌아가는 척하며 떨어져있다가
여자가 몸을 돌리는 순간 숨겨놨던 망치로 여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거야.
쓰러진 여자 위에 올라타 확인사살을 하는 건 페르난데스의 몫이었는데
그는 쓰러진 여자의 목을 힘껏 졸라 옅은 숨을 끊어놓았어.
범행을 자행하는 날이면 페르난데스는 마사를 거칠게 안았어.
그녀를 창녀취급하며 성행위를 할 때도 있었고, 서로의 몸을 때리며 욕정을 불태우기도 했는데
더 놀라운 건 시체를 옆에 두고 성행위를 했다고 해.
참.. 욕정에 눈 먼 미친인간들같으니.
마지막 희생자는 델핀 다울링이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두 살된 딸 라이넬과 살고 있는 이혼녀였어.
남편과 불행한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그녀는 혼자 살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 신문에 실린 광고로 페르난데스와 마사커플을 만나게 되었어.
여태까지의 범행과 동일했지만 처음으로 아이가 있는 여성이었기에 평소 범행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좀 더 많은 나날을 투자한 둘은 델핀이 지참금을 넘기는 순간, 똑같이 죽음을 맞이하게 돼.
그런데 델핀이 죽는 순간 아이가 잠에서 깨어 엄마의 죽음을 보곤 자지러지게 우는거야.
당황한 마사는 그길로 라이넬을 번쩍 안았어.
라이넬의 울음으로 이웃이라도 깨게 되면 큰일이잖아.
라이넬을 안아든 마사는 아이를 힘껏 바닥에 집어던졌어.
페르난데스는 이미 각본에 있는 듯 튕기듯 일어나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이의 목을 조르려 다가갔는데
마사가 이를 말리며 말했어.
"아니, 당신의 손은 여자만 죽일 수 있어요. 아이는 내가 처리해요."
마사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은 후 욕실로 향했어.
차디찬 물을 욕조에 가득 받은 마사는 아이를 욕조 안에 넣었지.
아이의 폐엔 물이 가득 들어찼고, 아이는 곧 익사했어.
페르난데스와 마사는 델핀과 딸 라이넬을 지하실에 파묻어버렸어.
그런데 이 둘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한번도 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데,
둘은 그 집에 눌러앉아 살기 시작한거야.
자신들이 죽인 주인에 집에서 그 둘은 매일 밤 섹스를 했고,
함께 일어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또 서로를 탐닉했어.
몇주가 지나고 슬슬 사람들의 눈에 그 둘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
처음엔 라이넬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 이웃이 그 집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매일 아침 운동을 나오던 델핀의 모습 대신 어느 뚱둥한 여자가 간혹 슈퍼를 가기 위해 나오는 한번도 본 적없는
낯선 뚱뚱한 여인을 보게 된거야.
몇주가 지나도 델핀의 모습이나 라이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이웃은 직감적으로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페르난데스와 마사가 머물고 있는 델핀의 집으로 향했어.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델핀씨 집에 있습니까?"
페르난데스와 마사는 적잖이 놀랐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했어.
"아, 델핀은 지금 저와 결혼을 하기위해 잠시 친정에 들렀습니다.
저는 곧 델핀과 결혼할 남자고, 이 여자는 제 누이동생이죠."
페르난데스는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 경찰을 따돌린 후, 바로 이곳을 뜰 생각이었기에
대충 얼버무리고 경찰을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거실 바닥에 묻은 혈흔이 경찰 눈에 띄게 되면서
경찰은 집 지하를 조사하기에 이르렀어.
당황한 페르난데스와 마사가 지하를 조사하기 직전 소리를 지르며 그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했어.
"도대체 왜 남의 집을 수색하는 거죠?
이유를 설명드렸잖아요. 그녀는 잠시 집에 다니러간거에요. 나가주세요!"
하지만 경찰은 콧방귀도 뀌지않았어.
처음 경찰이 지하를 내려갔을 땐 이렇다할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어.
지하실은 여느 지하실처럼 쓰지않는 물건들이 비치되어있었고 케케묵은 먼지들로 숨을 쉬기 곤란할 지경이었지.
경찰이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한쪽에서 다른 경찰이 그를 불렀어.
"이봐 짐! 이리 좀 와보게. 이 시멘트 바른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를 파헤치자 이미 죽어버린 다울링 모녀의 시체가 발굴되었어.
아이의 입술은 파랗게 질려 목이 부러진 채 죽어있었고,
델핀의 뒷통수는 손을 쓸 수 없이 망가진 채 묻혀있었지.
그들은 자신들이 범행을 저지른 지하실에서 경찰에게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지.
이에 미국은 발칵 뒤집혔어.
전례없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에 미국은 흥분했고 신문과 방송의 관심은 그둘에게 쏠렸지.
처음 언론은 마사 벡에게 동정적인 여론이었는데 이유가 그녀의 일생을 보도하며
페르난데스에게 이용당한 불쌍한 여자로 포장했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지속되는 재판에서 살인을 주도한 것이 마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세상에 많은 '악녀' 들 중 하나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어.
어찌보면 소심했던 사기꾼 페르난데스가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한낱 여자 등이나 쳐먹는 찌질한 사기꾼으로 일생을 마칠 수도 있었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그는 사기꾼에서 희대의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으로 생을 마감하게 돼.
마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도 지속적으로 페르난데스에 대한 사랑을 열렬히 표현했는데
어느정도였냐면 진술을 하고 퇴장하는 페르난데스에게 달려가 포옹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키스를 퍼부어
법정에 있는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어.
이 후 열린 재판에서 그 둘의 여죄들이 낱낱이 밝혀지며 사형이 선고되었다고 해.
둘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Lonely Hearts]라는 제목의 영화야.
일단 영화를 이끌어가는 형사역으로 존 트라볼타가 나와.
와우, 연기력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본다면..
글쎄.. 그냥 내용자체를 감상하라고 말하고 싶어.
존 트라볼타의 연기를 보고 실망해보긴 처음이었거든.
하지만.. 자레도 레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꼭봐.
자레도 레토가 연기를 잘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거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 나는 보는 내내 즐거웠어.
포스터에 보이다시피 마사 벡역은 셀마 헤이엑이 맡아 열연을 했지.
정말 감칠맛나게 연기 잘하는 배우야.
와우, 어쩌다보니 영화 포스팅처럼 되어버렸네.
그럼 슬슬 포스팅을 마무리 해볼께.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내가 선택한 사랑이 진실되고 마지막이길 원하지.
내 사랑이 시들지 않기를 바라고,
내 사랑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내 사랑이 배신을 당하지 않길 바라지만
이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것이다보니
순간적인 변질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몰라.
마사는 사랑의 배신과 맞닥뜨렸을 때 너무 아파하지 말고 그 사랑을 포기했어야 했어.
배신 당한 사랑이 아프다고
내 사랑을 변질시켜가며 배신 당한 사랑을 지키려 했던 마사 벡..
그녀는 땅속으로 묻힌 지금쯤
그녀의 사랑을 성공이라고 믿을까,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고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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